ARTIST 5-배민영

Bae Minyoung
배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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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중심 문명사회에서 눈으로 사물을 인지하는 것은 곧 지식과 연결이 되는 것이기에 인지/판단함에 있어 다른 감각들보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주체적인 욕구보다는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 지는지를 고민하고 추구하는 모습에 도달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선택을 하게 된다. 어떤 날씨에 어떤 옷을 입을까, 그리고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하며, 어떤 브랜드의 커피를 들고 다니면 자신의 이미지가 업그레이드가 되고 , 같이 다니는 친구, 애인 그리고 승용차까지 자신의 욕망을 투영해내는 수단이 되어 버리며, 엉뚱하게도 이것들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매체들을 통하여 내가 아닌 철저히 3인칭적인 존재감 확인의 통로가 된다.  보여주고픈 욕망으로 인해, 사람 그 자신이 스스로 풍경 속 하나의 대상으로 속하길 원하게 된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하여 일견 화려해 보이는 것들에 투영되는 사람들의 심리와 그 것을 통하여 대리 만족으로 향하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또한, 현대사회에 들어 나타난 ‘보여짐’의 욕망과 함께 그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보여줌’의 열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앞서의 '보여짐'의 욕망이 기술 발전을 통해 끝없이 증식하는 매체와 복잡해져가는 사회 관계망 속에서 부각되고 있다면, ‘보여줌’은 태고적부터 인간 근원적으로 가진 욕망이자 제의이다. 일례로 작품에 등장하는 복 돼지의 경우 복과 장수를 누리고 싶어 하는 욕망을 심리적으로 충족시켜주는 토템적 영매(Totemic medium) 와도 같은 것이다. 이러한 물건은 인간에게 실용적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지만 정신적 혹은 주술적 의미에서 마치 집안에 늘 있는 정체불명의 비타민이나 진통제와도 같은 것이다. 이러한 사물의 집단적 이미지는 잉여와 초과의 가치를 통해 인간의 본연적 욕망을 발견하고 대리만족으로 향하는 또 다른 욕망의 얼굴을 구현한다. 또한 욕망으로 가득 찬 군상들을 통해 일종의 허무주의적 세계관을 확립한다.

 욕망이라는 거대한 화두 앞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양면적 가치관의 화해와 충돌, 그리고 그 양극에서 서로를 향해 던져지는 역설과 아이러니들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내가 그려가야 하는 고민의 가장 중추적인 구도를 형성한다. 나는 캔버스에 그 무순의 편린들을 때로는 직설법을, 때로는 다소 우회적인 말투로 그려냄으로써 사물들에 새로운 존재감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 작품들 속에서 사람들은 시각적인 요소와 인간이 만들어낸 사물과 인간과의 관계, 그 사이를 관통하는 소유와 소비의 허무함, 그리고 현실/비현실 등의 이중적인 요소들이 빚어내는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세계 속에서 보여 지는 현실은 욕망과의 끝없는 애증 관계로 남아있게 된다. ■ 배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