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2-김혜림

Bears sit on the chair

60.6×72.7cm
oil on canvas
2014

Kim Hyerim
김혜림

junglerim@naver.com


"어지러움,
 원인이 불분명한 증후군,
 모자란 채로 떠올라 머리 속을 헤집는 문장,
 꿈 속의 사건,
 엉클어져있고 희미하며 출처도 이후도 모르는 상황,
그리고 자라나 커다랗게 증폭되고 사그러들기의 반복."

 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낱말처럼, 적확한 이미지를 탐색하여 곱게 닦아내고 준비된 선반 위에 저마다의 자리를 다듬어 조심히 올려놓는다. 
 배치되고 병합된 이미지들의 정보와 감정이 작게 또는 크게 충돌한다.
 충돌하는 리듬을 따라 부싯돌의 빛처럼 여러 형태의 섬광이 번쩍이기도 하며 새로운 화면은 낯선 생김새를 갖고 물컹물컹 움직이기도 한다. 
 때로는 공간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작업노트 中, 김혜림


김혜림의 작업에는 수많은 오브제들이 등장한다. 안경과 눈, 말 조각, 떨어지는 의자, 새, 유기체적인 덩어리의 형상 등,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이미지들로 구성된 화면 안에서 오브제들은 서로 충돌하며 비선형의 시공간과 이야기를 그려낸다. 팽팽하기도, 느슨하기도, 옅어 보이기도 하는 화면의 긴장감은 어떠한 감정의 선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심리주의 소설의 창작 기법인 '의식의 흐름' 기법은 소설 속 인물의 파편적이고 무질서하며 잡다한 의식세계를 자유로운 연상 작용을 통해 가감 없이 그려내는 방법을 말하는데, 그의 그림은 소설의 기법과 같이 복잡하고 기묘한 의식의 파편들을 인간의 내면세계를 축약한 암호처럼 이미지로 펼쳐 보인다. 

<만화경>展, 전시서문 중